내가 좋아하는 어떤 작가가 통조림 음식을 혐오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 별의 잔해 속에서 그것은 문명에의 기억과 비슷한 무엇이다. 

별로 움직이는 일이 없었던 탓인지 대단한 여행도 아니었건만 공항으로 가는 길에 나는 몹시도 지쳐 있었다. 잠시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리고 우리는 충동적으로 델몬트 복숭아 통조림을 샀다. 그리고 분홍색의 촌스런 플라스틱 숟가락도 잊지 않고 챙겨서 왔다. 
하지만 다들 비슷할 것이다. 더 허한 무엇이 있었던지 공항에서 수속을 하고 기다리는 사이 배낭에 넣어둔 복숭아 통조림일랑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뒤늦게 잠시 안타까웠으나 그 안타까움은 통조림속으로 녹아들어갔다. 그리웠으나 그리움도 그리 되었다. 나는 가끔 부엌 선반 한 구석에 있는 그 통조림을 생각한다. 진공포장의 내부를 그리노라면 그것은 별의 세계를 떠도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얼마나 오래도록 그 세계는... 

대개는 비슷할 것이다. 몹시 허한 무엇이 있다면 밤하늘을 살펴보라. 혹은 책장 선반의 어느 한 모퉁이를 찾아보라. 별과 별의 이야기를 알고 배우는데 망원경만이 필요한 전부는 아니다. 일년 열두달 햇살 속에 자라온 달짝지근한 기억을 밀봉한 채 그 통조림은 별자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2005. 1. 11.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