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변심인지 이별인지 아니면 그저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단순한 이별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가 이사를 갔다는 전제가 있었을 뿐이었는데도 꿈이란 것은 앞뒤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가 보다. 하긴 깨어 있는 지금인들 뭐 그리 다르겠냐만 이미 떠났다는데 그 무슨...

그녀는 그를 도우러 갔으나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가구는 너무 단출했고 이웃에 사는 여인의 눈빛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그가 조금 염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럴 적이면 꿈은 또 현실과 너무도 비슷한 것으로 변하여 무엇인가 말을 하고도 싶었지만 냉랭한 그 거리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마음으로 걱정만 하였을 뿐, 그녀의 마음이 전해질 길이 어디 또 있었을까.

새벽녘을 오가며 그녀는 비슷한 꿈들을 계속 꾸었다. 이사한다는 집에 가기도 했고 홀로 자신의 짐을 꾸리기도 했다. 돕기도 하고 도움을 받는 이가 되기도 했고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기도 했다. 어느 쪽도 그다지 편안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어느 유서 깊은 봄날의 꿈에서처럼(어떤 이는 그 비유의 힘이 '나비'라는 이미지 때문에 극적으로 강화되었다고 하였다) 그와 그녀를 분별하는 것 역시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누구나 자신의 꿈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것이 아닌 꿈까지 꾼다. 그리고 그것들 모두를 자신의 꿈처럼 여기곤 한다. 내 꿈과 나비꿈이 분별키 어려운 것처럼 그렇게. 그리고 오래도록 꾸었던 꿈이 자신의 것이 아닌 꿈이라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더욱'이라는 말은 합당치가 않고 그저 금세 잊어버려야 했던 자신의 꿈처럼 그렇게...
 
 

2005. 9. 10.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