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왔다. 굉장히 혼잡한 가운데 계단을 내려오며 무엇인가 물건을 찾아 가방을 뒤졌다. 그러다 친구는 뒤쪽으로 처졌다. 한참 뒤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가방을 뒤졌으나 핸드폰이 보이질 않았다. 그 사람은 뚜렷한 일도 없었지만 나 때문에 기차를 타고 같이 왔는데 그를 놓쳐버렸고 연락조차 할 수 없다니 괜한 일로 오해받게 생겼다. 친구 폰 번호도 도무지 기억해낼 수가 없어 당황했고 가방을 뒤졌더니 전화가 걸릴 것도 같지 않은 아주 구형의 모형 같은 폰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가방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졌으나 종이 부스러기만 가득하였다. 도무지 연락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 당황스러워 캄캄해진 순간  바로 내 눈 앞에 폰이 보였다. 혹시나 연락온 게 있나 버튼을 눌렀으나 아무러 반응이 없었다. 밤새 폰 배터리가 다 닳아버린 까닭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내가 폰을 잃어버린 것은 꿈속이었고 폰을 찾은 것은 깨어서였다. 그리고 그는 핸드폰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던 이십 수년 전에  소소한 어떤 일과 오해로 연락이 끊어져버린 친구였다.
 
 
 

2014. 10. 6. 새벽.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