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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 대항하는 비결은
당신 자신이 문명이 되는 것이다 미스터 리! //김수영 어릴 때 학교 가는 길에 대원호텔이라는 곳이 있었다. 시내가 아니어서 그리 큰 호텔도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그 안이 궁금해서 가끔씩 힐끔힐끔 들여다 보았다만 늘 고요하기만 하였다. 나는 여인숙이 여자들 잠 자는 곳인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고 지나가면 막연한 죄책감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숙박업자가 되고 보니 그 느낌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오래도록 잊고 지냈었는데 지금도 똑같은 느낌이 든다. 대원호텔은 지금은 대원장 모텔이 되었다. 이작자의 집은 이작자 여인숙이 되었다. 이제 그 고요가 어떤 것인지 안다. 미스터.리는 새로운 세기의 어느 개인 날 아침 갑자기 자신의 몰골을 돌아보다 끈 떨어진 브라에 관한 얄궂은 글을 썼다. 2004년에는 그것을 제목으로 붙인 허접한 시집을 내었으나 조악한 품새의 그 책을 과연 몇 사람이나 읽었는지는 참으로 미스터리다. 거의 완벽하게 무시당한(혹은 거의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평가된) 그 책은 제목도 좀 슬픈 것이어서 그냥 넘어간다. 전혀 무시할 수는 없는 아픔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시무시한 인생은 나름대로 흘러간다. 그렇지 않으면 밤낮없이 낯 뜨겁고 손 부끄러워 어찌 글이나 쓸 수 있을 것인가.... 이곳은 끊임없이 쓰고 지우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팔림세스트 Palimpsest의 성 같은 장소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멈추었다고 하여 모든 이야기가 끝을 맺지는 않는다. 이야기가 무한하지는 않아도 나는 적어도 그런 척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빈 자리가 있음에도 나는 애써 지난 글의 흔적이 있는 곳에 겹쳐쓰는 것을 좋아한다. 부끄러움을 또다른 부끄러움으로 채우면 조금은 편안할지도 모른다. 불러다오
2001. 5. 21. JJ.Lee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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